언덕이 있다. 긴 시간 오르고 올라도 이상하게 제자리인 것만 같다. 아니면 나보다 빠른 사람들에 의해 오히려 뒷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바지꽁무니라도 붙잡고 끌려가기라도 하면 좋을텐데라는 불가능하고 추한 생각까지 해본다.그리고는 주저앉아 한숨을 쉬며 물을 한모금 마시는데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한숨은 머졌고 들고 있던 물의 뚜껑을 닫고 안경을 올리며 시력에 집중했다.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언덕을 오르기 위해 노력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난 왜 지금까지 저들을 보지 못했던걸까... 왜 이렇게 남들을 부러워하기만 하며 앞만 봐왔던걸까... 들고 있던 물을 나눠주고 그들의 손에게 내 손을 건냈다. 그 행동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고 물론 감사의 눈빛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례하게 나와 함께 하기를 권하지는 않는다.각자의 목표와 자긍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숙명을 받아들인 자들의 용감함과 자부심에 박수를 보낸다.가도 가도 끝이 없는 저 언덕처럼 끝도 없는 숫자들의 나열이 어쩌면 숨이 막히게 하기도 하지만지금의 과정이 결과보다 더욱 귀한 경험으로 존재할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금을 버틴다.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절대 모르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에 소중함을 부여하고싶다.메고 있던 가방을 뒤져보니 꽤 많은 능력의 재산이 담겨져있다. 나를 지나쳐 빠르게 올라갔던 사람들을 보며 얻게 된 경험의 재산인것 같다. 그들에게 감사하다. 때론 나를 화나게도 하고 질투하게도 했고, 물론 감사하게도 해줬으며 반성하게 도와주기도 했다. 이젠 누군가와 함께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분명 즐거울때도 힘들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언덕 그대라면 함께 해보고 싶다. PiHill.